2021년 KBO리그에서 외국인 사령탑의 지략 대결이라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단일 시즌에 복수의 외국인 감독이 활동한다.
한화는 27일 “베네수엘라 출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 3년이며 계약 규모는 상호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았다.
독수리 군단의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다.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2008~2010년),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2017~2018년), 맷 윌리엄스 KIA 감독(2020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로이스터, 힐만, 윌리엄스 등 외국인 감독은 활동하던 시대가 달라서 그라운드에서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으면서 윌리엄스 감독과 대결하는 구도가 펼쳐진다. 또한, 사령탑이 공석인 키움도 외국인 지도자 1명을 최종 후보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야구만큼이나 외국인 감독은 KBO리그의 트렌드가 됐다. 힐만, 윌리엄스, 수베로 등 외국인 감독 3명은 최근 5년 사이에 선임됐다.
한때 구단은 외국인 감독 임명을 꺼렸다. 선임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았던 데다 한국 야구만의 독특한 문화 차이를 강조했다. 그만큼 시대가 바뀌었다. 외국인 지도자도 인식이 달라졌다. ‘변방’으로 여겼던 한국 야구에 관심이 커졌다.
구단은 ‘변화’를 추구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KBO리그에서 검증되거나 준비된 인물이 아닌 ‘참신한 인물’을 원했다.
롯데, SK, KIA, 한화는 외국인 선임 직전 시즌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선진야구 도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자 했다.
외국인 감독은 이전 국내 지도자와 달랐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을 정립해 팀을 만들어 갔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잘 이해했다.
선수단 관계도 원만했다. 권위적이지 않았으며 폭넓게 선수를 활용했다. 소통을 중요시하며 편견이 없었다. 선수들로선 코칭스태프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강력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한 계단씩 오르면서 팀은 강해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윌리엄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뛴 해에 강팀과 잘 싸웠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팀 내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라고 평했다.
권한은 더 커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2021년부터 KIA의 1군과 퓨처스 선수단을 통합 관리한다. 유망주 육성과 1군 가용 자원 확보 등 맞춤형 선수 육성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다. 구단이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력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창단 후 처음으로 ‘10위’가 된 한화도 같은 길을 걷는다. 오래전부터 리빌딩을 외쳤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몇몇 젊은 선수들이 등장했으나 다른 팀과 비교하면 적은 수였다.
단순히 리빌딩에만 초점을 두는 건 아니다. 결국은 성적이 말을 해준다. 외국인 감독은 부임 후 팀을 이전보다 높은 곳으로 인도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팬에게 3년 연속 가을야구를 선물했다. 이전까지 롯데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이었다.
힐만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이자 계약 마지막 해에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비룡 군단이 정상을 탈환한 건 8년 만이었다.
KIA는 올해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첫 번째 사례였다. 하지만 KIA는 시즌 끝까지 5강 경쟁을 벌이며 73승 71패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1승을 거뒀다.
성공 사례가 늘수록 외국인 감독의 선호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미 외국인 감독을 경험한 구단은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웬만한 국내 지도자보다 계약 규모가 클 수밖에 없으나 성공의 열매를 딸 확률은 높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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