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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 OK금융그룹 읏맨 리베로 부용찬
올 군제대 뒤 수염길러 심기일전
‘자기 상징’ 삼아 한번도 칼 안대
치어리더 머리위 몸날린 전설 수비
못잡을 것 같던 공 꽤 많이 받아
175㎝ 단점 딛고 올림픽 뛰고파
오케이금융그룹 리베로 부용찬이 8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오케이금융그룹 체육관에 누워 공을 던지고 있다. 용인/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0~2021 프로배구 브이(V)리그에서
오케이(OK)금융그룹 읏맨은 돌풍 그 자체다. 9일 현재 리그 3위지만, 1위 대한항공 점보스, 2위 케이비(KB)손해보험 스타즈와 승점 차이가 4점에 불과하다. 1라운드를 6승 전승으로 마무리하며 리그 초반부터 이변을 예고한 읏맨은 지난 몇해 동안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탈바꿈했다. 지난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석진욱(44) 감독의 젊은 리더십에 외국인 라이트 펠리페(32·공격종합 5위)와 센터 진상헌(34·블로킹 1위)의 활약이 더해진 결과지만,
리베로 부용찬(31·디그 6위)의 탄탄한 수비도 한몫한다는 평가다. 부용찬은 리그 베스트7에 2번 선정되고 7년이나 국가대표를 지낸 한국 대표 리베로다. 올 9월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9개월 만에 코트로 복귀한 부용찬을 8일 경기도 용인 오케이금융그룹 체육관에서 만났다. ■
아버지, 부(父) 부용찬은 6살, 4살 두 딸의 아버지다.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졌을 때 퇴근 뒤 아이들과 놀아주며 스트레스를 푼다. 아이들은 그가 제2의 배구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원동력이기도 하다. “2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더니 복귀 시점이 다가올수록 점점 불안해졌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처음으로 배구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계기가 된 거 같다.”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약해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팬들에게 ‘수비왕 부용찬’이 복귀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배구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해 허락을 받았다.” 결과는 대만족.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수염을 기른 한국 선수에 미디어는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계방송 때 카메라가 가장 많이 비추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될 정도다.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의 특성상 화려한 공격수들에 비해 화면에 나올 일이 적은데도 말이다. “갓을 쓴 선비처럼 보인다고 해서 갓용찬이란 별명도 새로 생겼다. 계속 나의 상징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주목을 덜 받는 리베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리그가 시작된 뒤 그는 한번도 수염에 칼을 대지 않았다.
오케이금융그룹 리베로 부용찬이 8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오케이금융그룹 체육관에서 공을 끌어 안으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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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래다, 용(勇) 부용찬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유명하다.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허슬플레이가 많이 나온다. 특히 2015~2016시즌 공을 살리기 위해 치어리더 머리 위를 ‘공중부양’하는 장면은 레전드로 평가받는다. “내 장점은 파이팅이다. 공을 받는 것 자체가 실점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굉장한 힘을 줄 수 있다.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뛰어간 적이 있을까.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동료와 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못 잡을 줄 알았던 공을 잡아낸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더 포기 못 하고 계속 몸을 날린다.” 제주도 출신인 부용찬은 형을 따라 제주 토평초 배구부에서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재능을 알아본 감독이 배구 유학을 권했고, 제주도와 그나마 가까운 전라남도 벌교중에서 배구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어린 나이에 합숙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당시만 해도 선배들의 기합이 많았다. 혼자 몰래 화장실서 많이 울었다.” 무서운 선배들보다 더욱 서러운 건 자신의 작은 키였다. 키 175㎝는 배구선수로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 제도가 도입되면서 부용찬에게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바닥만 닦는 후보 선수였다. 배구를 그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리베로 제도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운동신경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리베로로 전향했고, 그때부터 점점 성과가 나왔다.” 제주도의 키 작은 배구소년은 그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로 성장했다. ■
도울, 찬(贊) 부용찬은 팀내 자신의 역할을 “다른 선수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상대의 공격을 한번이라도 더 잡아내 실점을 막고 반격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비는 위치가 반을 차지한다. 이제 위치를 잡을 수 있는 거 같다. 상대 공격수를 연구하면서 습관을 파악하고 있다.” 상대가 스파이크를 날리는 순간 부용찬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프로 9년 차 고참 선수로서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프로 초반만 해도 선배들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선∙후배가 허물없이 지낸다. 그게 우리 팀의 강점이다.” 올 시즌 맞수로 떠오른 케이비손해보험과 강호 대한항공과의 경기는 꼭 잡고 싶다. 그래야 팀이 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팀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도맡아 하는 “동네형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부용찬의 바람이다. 마지막 목표도 말했다.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보고 싶다. 그동안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이 부족했다.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든다. 결국 운동선수라면 나라와 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고 본다.” 자란 것이 단지 수염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한마디였다. 용인/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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