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톺아보기] 스포츠 ‘유리 천장’을 깨다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프로농구(NBA) 등 남성 스포츠에서 여성이 설 자리는 비좁다. 설 자리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 좁디좁은 문을 힘겹게 여는 여성들이 있다. 스포츠계 유리 천장은 빙하만큼 단단하지만 이들로 인해 조금씩 녹고 있다.
■ MLB 첫 여성 단장 킴 응 메이저리그는 지난달 또 다른 역사의 장을 열었다. 킴 응(51)이 북미 스포츠 프로리그 사상 여성 최초로 마이애미 말린스 단장으로 선임됐다. 소프트볼 선수 출신의 응은 19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인턴을 시작으로 야구계에 발을 들였다. 선수 연봉 조정 협상 테이블에 앉고, 스피드 건을 드는 등의 일부터 시작했다. 동료 직원들이나 선수들이 “자기야, 커피 좀 줄래?”라고 무시하거나 아예 몸을 밀착시키면서 “자기는 여기서 뭐해?”라고 성희롱을 하기도 했다. 응이 중국계라는 점을 들먹이며 중국을 조롱하는 임원도 있었지만 응은 버텨냈다. 응은 뉴욕 양키스와 엘에이(LA) 다저스에서 부단장을 역임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 수석 부사장으로도 10년 가까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너하임 에인절스, 시애틀 매리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 후보로도 올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말린스 단장 취임식 때 응의 말은 이랬다. “단장 면접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계속 응했지요. 그래야만 내 뒤를 밟는 여성들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NFL 첫 여성 심판 사라 토마스 지난 9월25일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경기 때 아주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워싱턴에는 인턴 코치인 제니퍼 킹이, 클리블랜드에는 미국프로풋볼 경기 역사상 첫 포지션 코치로 이름을 올렸던 칼리 브라운슨이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심판진 중에는 지난 2015년 미국프로풋볼 역사상 최초의 풀타임 여성 심판이 된 사라 토마스(47)까지 있었다. 토마스가 미국프로풋볼 78번째 경기 심판을 보던 날, 공교롭게 양 팀 모두에 여성 코치들이 서 있던 것. 역시나 ‘최초’의 일이었다. 고교 시절 소프트볼 선수였던 토마스는 농구 장학금을 받으며 모빌 대학을 다녔으며 1996년 오빠의 권유를 받고 처음 프로풋볼 심판의 길로 들어섰다. 고교 프로풋볼 최초의 여성 심판, 대학(NCAA) 프로풋볼 최초의 여성 심판을 거쳐 프로풋볼리그에 입성했다. 토마스가 심판을 본 경기에서 뛴 한 프로풋볼 선수는 토마스에 대해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선수들이 토마스에게 거칠게 항의하더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이것이 내 일이야’, ‘이것은 네가 잘못한 일이야’ 식으로 대꾸했다”라고 밝혔다. 토마스는 말한다. “남성들은 항상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여성들도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당당하게 어떤 분야로 들어갈 때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 NBA 첫 여성 코치 베키 해먼 미국프로농구(NBA)에는 최초의 여성 감독을 노리는 이가 있다. 여성 최초로 2014년 샌안토니오 스퍼스 풀타임 코치가 된 베키 해먼(43)이다. 168㎝ 포인트 가드로 여성프로농구(WNBA) 코트를 누볐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해먼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 남자 코트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 중이다. 2015년 서머리그에 감독으로 이름을 올려 팀을 우승시키기도 했다. 2016년 올스타 게임에서는 여성 최초로 올스타팀 코치로 활약했다. 2017년에는 밀워키 벅스 단장 면접도 봤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는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감독 후보로 입길에 올랐다. 해먼의 지도를 받았던 파우 가솔은 해먼이 짜낸 작전 등을 예로 들면서 “해먼은 미국프로농구 감독 자질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먼은 말한다. “일평생 면전에서 문이 쾅 닫히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어요. 제가 성공하든 비참하게 실패하든 내 뒤에 있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해 기꺼이 기회를 만들어낼 거예요. 소년들도 강한 여성 리더를 보고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어요?” 이들 외에도 지난 3일 프랑스의 여성 주심 스테파니 프라파르(37)가 유럽축구연맹(UEFA) 남자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면서 유리 천장을 깼다. 프라파르는 남자 챔피언스리그 무대 주심을 맡은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됐다. 프라파르는 평소 “나의 길이 어린 여성들에게 심판 직에 진출할 수 있는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기사 및 더 읽기 ( 그들이 소녀에게 말한다…“우리가 길을 열어줄게” - 한겨레 )메이저리그 첫 여성 단장이 된 킴 응. AP 연합뉴스
사라 토마스 심판이 여성 최초로 NFL 플레이오프 심판으로 선 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이 이를 축하해주고 있다. 패트리어츠 트위터 갈무리.
샌 안토니오 스퍼스 코치 베키 해먼.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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