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테슬라는 지금으로부터 164년 전인 185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을 스밀리안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크로아티아 영역인 그곳에서 발명에 눈을 뜬 그는 그라츠 공과대학과 프라츠 대학을 거쳐(두 대학 모두 졸업은 하지 못했다.) 부다페스트의 국영 전화국 기술자로 일했다. 1884년 대서양을 건넌 니콜라 테슬라는 미국 뉴욕에 도착해 토머스 에디슨 연구소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28살 때 일이다. 당시 에디슨이 연구하던 전기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천지개벽의 분야였다. 테슬라는 에디슨이 몰두하던 직류시스템을 교류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이미 주지의 사실이지만 에디슨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테슬라는 그와 결별하고 자신의 회사를 세워 교류시스템 전력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터줏대감이던 JP모건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에디슨에게 올인한 모건은 각종 특허권을 문제 삼아 테슬라를 공격했고, 결국 월스트리트의 자본에 무릎을 꿇은 테슬라는 1943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여기서 잠깐, 과연 니콜라 테슬라는 생을 마감하고 70여 년이 지난 후 자신의 이름이 월스트리트의 아이콘이 될 거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릴 거란 걸 상상이나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테슬라에 대한 궁금증 다섯 가지….
|
||
올 수입 전기차 시장의 승자는 단연 테슬라다. 4분기 실적을 제외한 1~9월 실적만으로 이미 판정승이다. 아니 독보적인 질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는 1만3261대로 전년 동기(1552대) 대비 8.5배나 늘었다. 9월에만 2237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월(229대) 대비 10배 가깝게 팔려나갔다. 가장 많이 판매한 브랜드는 테슬라다. 9월에만 2056대가 판매되며 한 달간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91.9%를 점유했다.
1~9월 누적 판매량을 따져보면 총 1만518대에 이른다. 전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약 80%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3강인 벤츠, BMW, 아우디의 전 차종 판매량에 이은 수입차 업계 4위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벤츠, 푸조, 르노 등 여타 수입차 브랜드의 전기차 신모델 판매량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실적도 마찬가지. 올 1~9월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총 1만3505대로 전년 동기(2만2842대) 대비 59.1% 수준에 그쳤다. 현대·기아차, 쉐보레, 르노삼성 등 모든 제조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전기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첫째, 성능을 논한다. 단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46㎞를 달리는 주행거리가 경쟁차량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테슬라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다. 테슬라는 마케팅 예산과 차량 판매딜러가 없다.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홍보 효과와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테슬라의 팬덤은) 마치 애플이 아이폰에 아무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석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모델3’ 사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결과 90% 이상의 응답자들이 “모델3를 재구매하거나 지인과 가족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셋째는 전기차 보조금이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전기차 한 대당 1000만원 이상 지원되는 보조금 덕을 톡톡히 봤다. ‘모델3 롱레인지’의 원래 가격은 6000만원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4000만원대로 훅 내려간다.
|
||
“도전장이 던져졌다. 예언은 이루어질 것이다. ‘모델S’ 가격이 오늘 밤부터 6만9420달러로 바뀐다.”
지난 10월 14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긴 글이다. 그 전날인 13일 미국 내 가격을 종전보다 4%가량 낮춘 지 하루 만에 추가 인하에 나선 것이다. 테슬라는 ‘모델S 롱레인지’ 기준 판매 가격을 지난 10월 13일 7만5000달러에서 7만1990달러로, 다음날인 14일에 6만9420달러로 낮췄다. 모델S의 가격 인하를 두고 로이터 통신은 “후발 전기차 업체인 루시드 모터스가 고급세단 에어모델의 시작가를 6만9900달러로 책정한 데 따른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모델S의 판매가 저조해 가격을 낮춘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그렇다면 최근 두 번의 가격인하가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10월 13일분은 반영됐고 14일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모델S 롱레인지는 한국이 미국보다 비싸다. 이러한 이른바 ‘가격논란’은 지난 5월에도 불거졌다. 테슬라는 당시 미국에서 대중적인 모델인 ‘모델3’의 가격을 인하했지만 국내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격 정책에 대해 테슬라 코리아 측은 아직 아무런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테슬라의 품질 문제는 종종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이기도 하다. 사고 외에 도어나 범퍼 등의 이음새나 부품 유격 불량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서비스센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량 1만 대 돌파는 독일 3사 외에 4위 수준”이라며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가 전시장이나 딜러사보다 더 신경 쓰는 게 AS네트워크인데 테슬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올 들어 국내 판매가 늘자 서비스센터와 충전소 확충에 나섰다. 지난 9월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테슬라센터를 개장했고 연내에 경기도 분당에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광역시 중심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센터는 매장과 정비센터, 차량 인도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다. 9월 14일에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서비스센터를 개장했다. 테슬라 서비스센터는 현재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경기도 분당 금곡동에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 이외에 차량 사고 수리를 위한 테슬라 공인 바디샵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코오롱그룹 계열 코오롱모빌리티와 공인 바디샵 계약을 체결하고 서대구점과 청주점을 시작으로 정비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불모터스 계열 한불엠앤에스와도 공인 바디샵 계약을 체결했다. 24시간 사고 상담과 입고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테슬라코리아는 BMW 딜러사인 코오롱, 푸조를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 이외에도 여러 수입차 관련 업체들과 서비스망 확대를 위한 제휴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일론 머스크는 지난 9월 배터리데이에서 “배터리 가격을 낮춰 2022년에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테슬라 전기차의 가격이 점차 낮아질 것이란 방향성을 내포한 발언이다. 2만5000달러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가솔린차보다 싼 가격이다. 이날 테슬라는 3년 안에 배터리 양산 능력을 ‘시간당 100GW’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양산 능력은 현재 약 120GW. 테슬라의 선언이 실현되면 전 세계 배터리업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측은 실리콘밸리 프리몬트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1년간 시범생산을 진행한 후 2022년까지 독일 베를린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공장에서 양산능력을 갖추겠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전기차가 보조금 등의 혜택 없이 가솔린이나 디젤 등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이 되려면 장착되는 배터리가 kWh(킬로와트시)당 약 100달러 정도여야 한다. 지난해 전기차 제조업체에 납품된 배터리 가격은 kWh당 평균 157달러다.
테슬라는 기존 배터리보다 직경을 2배 키워 에너지밀도를 높인 4680배터리, 전원 연결 금속조각을 없앤 배터리, 건식 전극 생산 공정, 차체를 배터리팩으로 만드는 기술 등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터리팩 가격을 56% 낮추고, 운행 시간은 54%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월 초 외신은 테슬라가 독일 ATW 오토메이션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TW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ATS의 자회사로 독일에서 자동차 배터리 모듈과 팩을 조립, 공급하는 업체다. 테슬라는 현재 독일 베를린 인근 배터리 제조 시설을 포함한 세 번째 자동차 제조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또 다른 공장 건설도 목표로 하고 있다.
|
||
지난 9월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서 주목받은 내용 중 하나는 완전자율주행차 출시였다. 연단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앞으로 한 달 내 우리가 희망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비공개 베타버전(private beta)을 내놓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이 베타버전을 통해 오토파일럿의 변화 정도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준은 1~2레벨, 업계 일각에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레벨2라 평가받고 있지만 레벨 3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라면 완전자율주행차의 출시는 실제 신차 출시가 아니라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내놓는 것이다. 과연 그 수준이 ‘완전’할까. 여타 자율주행시스템은 라이다(Lidar)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라이다는 전파 대신 빛을 쓰는 레이더 장비다. 경쟁업체들이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을 위해 라이다(Lidar)와 레이더(Radar)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8개의 카메라로 수집한 영상데이터를 활용한다.
이번에 발표될 오토파일럿 베타버전은 전문가와 신중한 운전자 등 소수에 한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적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관련 기업의 동반 발전을 예상할 수 있지만 아직 완전자율주행이 진행될 만큼 도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모든 테슬라 운전자가 대상이 아니라 소수만 먼저 쓸 수 있게 한 후 데이터를 확보해 더 진화된 자율주행기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산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실현되려면 자율주행시스템과 사업자의 서버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며 “특히 5G 기반이 완성돼야 데이터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아직은 진행형”이라고 전했다.
|
||
지난 10월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마감 후 발표된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테슬라는 올 3분기에 87억7000만달러(약 9조94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24억7000만달러(약 2조7997억원)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매출 호조가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뒷받침했다. 로이터 통신은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넘었다”며 “환경 정책 덕에 전기차 판매량이 늘었다”고 전했다. 미 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3억3100만달러(약 3751억원), 주당 순이익은 76센트로 집계됐다. 하지만 규제 크레디트가 3억97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크레디트 매출은 11억8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7%나 된다.
규제 크레디트는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이 정부가 정한 배기가스 배출 허용량을 넘어선 기업들에게 자사의 여유분을 판매해 얻는 수익을 말한다.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만 생산하기 때문에 크레디트가 충분하다. 증권가에선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 규제 크레디트 매출은 경쟁사에 빼앗기기 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로이터 통신은 “규제 크레디트 매출이 없었다면 3분기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ctober 28, 2020 at 09:07AM
https://ift.tt/31L5Xr9
반값 전기차부터 완전자율주행까지, 테슬라에 대한 궁금증 다섯 가지 - 매일경제
https://ift.tt/30Ir1iF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반값 전기차부터 완전자율주행까지, 테슬라에 대한 궁금증 다섯 가지 - 매일경제"
Post a Comment